India 16

알모라(Almora)

우타란찰주의 알모라(Almora)는 여행자를 머물게 할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는 곳이 아니다. 여정상 지나게 된 알모라는 물이 극심히 부족했다. 동네 개들은 길가에 고인 썩은 물로 목을 축였고, 숙소의 물통에는 늘 물이 없어서 쫄쫄 떨어지는 몇 방울 물로 간신히 씻지 빨래는 꿈도 못 꿨다. 그래서 '알모라 = 물 부족한 데'라는 기억이 남아있는데, 여기에서 잊지 못할 사람을 하나 만났다.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 주인 할아버지는 짠돌이라고 해야 하나? 여행자들 사이에서 그닥 좋은 평가를 받는 분은 아니었다. '어느 게스트하우스 주인' 하고 말하면 살짝 인상 찌푸리면서 '아~ 그 할아버지?'하고 말하게 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나한테는 망고 할아버지인 동시에 사람 간의 관계에서 큰 깨달음을 준 고마운 사람으로..

India/'09-'10 India 2018.12.12

그림 일기와 그림 엽서

2009년에 세계 여행 때 디지털 카메라 없이 떠났다. 전자 장비를 최대한 피하고 싶어서 디카, 노트북, 전화기 하나 없이 필름 카메라와 노트만 들고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일 후회되는 일 중 하나이다. 그 때는 발도장 찍듯 의미 없이 인증샷 찍는 게 싫어서 찍고 싶을 때만 꺼내 찍고, 필름이 부족할 땐 못 찍기도 하고 그랬는데 무조건 많이 찍어둘 걸,, 참 후회가 된다. 그 후에 잠깐 한국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갈 때에는 디카와 넷북을 준비해서 나갔다. 한창 찍은 사진이 담긴 외장하드가 떨어져서 고장이 났는데, 복구하려면 20만원이 든다고 했다. 그 때는 20만원이 아까웠고, 없어진 사진들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아서 고치지 않았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200만원이 들어도 고쳤어야 하는 건데..ㅠ ..

India/'09-'10 India 2018.12.08

바라나시(Varanasi)

바라나시(Varanasi) 인도에 가고 처음으로 바라나시에서 물갈이를 했다. 콜카타를 출발해 바라나시에 도착할 때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았다. 배탈 나고, 열 오르고, 정신도 혼미해지고.. 그래서 솔직히 바라나시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골목 안 가게에서 파는 라씨가 맛있었고, 숙소 찾아 들어가는 어두컴컴하고 좁다란 골목길만 컷컷이 기억 난다. 여러 매체를 통해 흔히 접한 대로 갠지스강의 신성함, 화장터, 뿌자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놓친 건지 모르겠지만, 기억 속의 갠지스강은 생명력과 활기, 두 단어로 기억된다. 사람들이 신나게 헤엄치며 노는 생명력 넘치는 강물. 배 속은 부글부글 끓고, 머리 속은 멍한 가운데도 갠지스강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참 즐거워보인다고 생각했다.

India/'09-'10 India 2018.12.06

콜카타(Calcutta)

책을 읽거나 일기라도 쓸라치면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너무나 더웠던 4월의 인도, 콜카타. 콜카타는 내가 처음 만난 인도였다. 하릴 없이 여행자 거리를 누비고, 사람들과 우르르 볼 것 없는 콜카타 동물원에 가기도 하고, 깔리갓에서 봉사활동도 하면서 '아무 계획 없음'의 자유로움을 최대한 만끽하고 싶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가이드북 없이 그 사람 일정대로 따라가 보기로 하고, (우기가 아니었음에도 )콜카타에 비가 내리면 떠나기로 했다. 어느 날, 깔리갓 봉사활동을 마치고 신부님 댁에서 저녁 식사하고 음악 듣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어! 비다!!" 그 길로 곧장 기차 티켓을 사고 바라나시로 떠났다. 아무 것도 정해져 있지 않음. 기왕에 틀에서 뛰쳐 나왔는데 최대한 느슨하게 놓고 일어나게 두..

India/'09-'10 India 2018.12.04

인도 바이크 여행

바이크 여행은 나에게 엄청나게 큰 자유를 선물해줬다. 이동의 제약에서 벗어나 흙먼지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린 라다크, 잠무 카슈미르는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내가 다시 라다크를 간다 해도 이 때만큼 자유롭고 신날 수 있을까? 아무도 찾지 않는 시골길. 그 길에서 만난, 동양인 여행자를 신기해하는 눈 큰 인도인들. 유명한 사원이나유적지보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시골길이 더 기억에 남고, 그 때 들이마신 뜨뜻한 바람과 초록 풀내음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이야. 아무 것도 아니어서 더 오랫동안 살아있는 생생한 기억의 장면들이다.

India/'09-'10 India 2018.07.09